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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기지촌, 1950년대부터 국가가 관리·운영
지정된 시설에서 여성 동원해 성매매 조장
기지촌 여성, 국가배상 소송 8년 만에 승소 확정
한국전쟁 이후 미군 주둔지 주변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국가가 나서 기지촌을 관리하고 성매매를 조장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중대한 인권침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해방 이후 주한미군 부대 주변에 형성된 기지촌을 국가가 나서 관리한 건 1950년대 후반, 이승만 정부 때부텁니다.
미군들의 사기를 북돋는다며 위안 시설을 지정하고, 여성들을 동원해 성매매를 조장했습니다.
이런 일은 권위주의 정부 내내 이어졌는데, 2014년 기지촌 여성 백여 명이 손해배상 소송을 낸 지 8년 만에 국가 배상 책임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국가가 주도해 기지촌을 운영하고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한 건 실정법과 인권 규범에 모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엔 소멸시효도 적용할 수 없다며,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95명에게 3백만 원에서 7백만 원씩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김모씨 / 기지촌 피해자 :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해마다 언니들 몇 분씩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하늘에 있는 언니들도 기뻐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주변의 멸시와 차별 속에서 지낸 우리들의 눈물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의사 진단도 없이 강제수용돼 페니실린 항생제 주사로 성병 치료를 받았던 일부 여성들에게만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국가가 여성들의 인격을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며,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50년 유엔 인신매매금지협약에 가입했고, 이후 성매매 금지를 위한 윤락행위방지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지촌 환경 개선사업은 1980년대까지 계속됐고, 국가에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데는 30년이 더 걸렸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YTN 나혜인 (nahi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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