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남성에게 위안부를 빗댄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의 제보, 두 달 전 보도해드렸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성희롱이 아니라 단순한 분노의 표출이었다며 고소당한 남성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런 솜방망이 대응이 온라인을 성범죄 사각지대로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준명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월,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상대방에게 위안부를 빗댄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들어야 했던 20대 여성 A 씨.
당시 경찰은 A 씨를 겨냥한 게 아니라 게임 내 캐릭터에게 한 말로 보인다며 처음엔 고소장조차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YTN의 취재가 시작되자 성폭력처벌법상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죄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두 달 만에 내린 결론은 무혐의였습니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성적 발언에 심한 수치심을 느꼈던 A 씨는 황당하기만 합니다.
[A 씨 : 여성 성희롱을 해도 벌을 안 받는구나 생각하고 계속 활개를 치고 다니겠죠. 처벌을 안 받았으니까요.]
경찰이 적용을 검토했던 혐의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하게 할 목적으로 통신 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경우 적용됩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고 성적 욕망을 채우려고 한 게 아니라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한 말로 보여 범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의 판단 내용을 살펴본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가 만나는 온라인 게임 공간에서 서로 대면한 적 있느냐를 두고 혐의를 판단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영글 /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 어떠한 성적 표현이 담긴 욕을 해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이라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안 되고, 특정성이 없어서 모욕죄도 안되니 처벌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솜방망이 대응'이 인터넷 게임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성희롱에 면죄부를 줘 성범죄 사각지대로 만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승희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 성적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의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는데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막히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할수록 계속해서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인 괴롭힘이 일어날 수밖에….]
한 설문조사를 보면...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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