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욕? 진실 게임?...이춘재 범행 자백 이유는 / YTN

2019-10-03 138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살인 14건과 성범죄 30여 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대면 조사에서는 줄곧 부인하다 태도를 바꾸고, 드러나지 않은 범행까지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김대근 기자가 범죄심리 전문가들과 얘기해 봤습니다.

[기자]

지난 2004년, 담담하게 범행 현장을 재현하는 연쇄살인범 유영철.

[유영철 / 연쇄살인사건 범인 (2004년 현장검증 당시) : (왜 그랬어요?) … (혐의 다 인정하십니까?) …]

마사지사 실종 사건 용의자로 체포되자 스스로 연쇄살인범이라며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26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는데, 나중에 실제로 밝혀진 피해자는 20명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유영철은 과시적인 성향이나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33년 만에 범행을 자백한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도 비슷한 성향이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오윤성 /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연쇄살인범의 경우에 본인이 전반적인 상황을 주도하고 조정·통제함으로써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죠.]

그런 만큼,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을 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조금씩 사건의 실마리를 던지며 경찰과 진실 게임을 벌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25년 정도 교도소라는 폐쇄된 공간에 있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는 것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요. 수사기관과 자신의 게임처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거짓을 얘기했을 때에는 내가 얘기한 것에 속고 있구나….]

여기까지 오는 데 수사관들이 이춘재와 쌓은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아무래도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상대방의 요구에 순응하는 정도가 굉장히 민감해지죠. (수사관들의) 질의에 어떻게든 답변을 해주려는 자발적인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하니까.]

하지만 자백의 신빙성에 의문이 여전하고,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이춘재의 심리를 제대로 읽어가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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