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4개월에 만 건에 이르는 과도한 하자보수 업무에 시달리던 20대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법원은 고인의 내성적인 성향이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조용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4년 6월, 대전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당시 26살 황 모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대형 건설사에 취업해 일을 시작한 지 1년 반 만의 비극이었습니다.
황 씨가 이런 선택을 하기 전까지 불안한 상태를 알리는 징조가 잇따랐습니다.
자신의 SNS에는 "준공 및 입주 임박, 지옥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거나 "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불안감" 등의 글을 남겼습니다.
또 컴퓨터에는 '불안함과 무기력, 의욕 상실, 대인관계 축소' 등 자신의 문제점과 고민사항을 정리해 파일로 저장해 두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하자보수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입주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거나 상사로부터 욕설과 음주 강요 등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황 씨가 숨진 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고 법원은 황 씨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을 얻게 됐고 그 우울증이 악화해 자살에 이르게 됐으므로, 황 씨의 자살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종환 / 서울행정법원 공보관 :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에 겹쳐서 악화되고 그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례입니다.]
법원은 황 씨의 내성적인 성격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업무상 재해는 그대로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YTN 조용성[choys@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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