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1천여명 사망…사우디 '우린 책임 없다'
[앵커]
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등지를 둘러보는 성지순례 기간 중 1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사실상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이른바 '무허가 순례자'들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이준삼 기자입니다.
[기자]
이달 중순부터 진행된 이슬람의 연례 성지순례 행사인 '하지'에는 적어도 180만 명이 넘는 무슬림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낮 최고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는 극한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하지의식 대부분은 야외에서 이뤄지며 장소 이동을 위해서는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합니다. 사우디 당국이 폭염 관리를 위해 냉방시설 설치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는데…."
외신들은 지금까지 1천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망자 수를 1천170명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입원환자와 실종자도 수백 명에 달해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우디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위험을 간과한 일부 사람들의 오판이 있었다"며 "극심한 폭염과 힘겨운 기상 조건에서 발생한 사태"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우디 당국이 성지 순례 비자가 없는 이른바 '무허가 순례자'들의 안전은 방치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낮 기온이 52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이어진 데다 무허가 순례자들이 몰려 들었고, 이들은 냉방시설 등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무허가 순례자들은 순례 버스 이용도 금지돼 뙤약볕에 수㎞를 걸어 이동하는 상황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합뉴스 이준삼입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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