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이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인 헝다그룹에 청산 명령을 내렸습니다.
빚 청산에 쓸 수 있는 자산이 대부분 중국 본토에 있는 만큼 중국 법원의 인정 여부가 관건입니다.
베이징 강정규 특파원입니다.
[기자]
2021년, 역외 채권 이자 지급이 밀리면서 시작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부도 위기 사태.
2년 넘게 빈사 상태가 이어지는 동안 각지에서 공사는 멈추고 빚은 443조 원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헝다 사태' 피해자들 (지난 2021년) : 돈을 돌려달라! 돌려달라!" "내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뛰어내려 버릴 거야!]
홍콩 고등법원이 헝다가 진 빚을 청산해달라는 채권자들의 청원을 받아들였습니다.
1년 반 동안 청산 심리를 7차례나 미루며 시간을 벌어 온 헝다에 더는 안 된다고 판결한 겁니다.
헝다 측은 법에 따라 채무 해결에 나서겠다면서도 정상 경영 추진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실제 헝다는 법원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청산 가능 자산이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 있습니다.
중국에서 홍콩 법원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현물로 빚을 돌려받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쉬자인 / 헝다그룹 회장 (2022년 12월) : 한 해 30만 채 완공 목표 달성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합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부실한 자산운용사 3곳이 국부펀드에 합병될 계획이란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공매도에 활용되는 주식 대여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과 주식시장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실제 홍콩법원의 청산 결정 직후 헝다 주가는 20% 넘게 폭락하며 거래가 중단됐지만, 항셍지수는 되려 소폭 상승했습니다.
[게리 응 / 나틱시스 투자은행 수석 경제학자 : 앞으로 헝다가 살아남는다면 훨씬 작은 회사들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헝다의 파산이) 거시 경제의 종말은 아니겠지만, 기업 차원에선 상당히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질서 있는 파산'이라고 불리는 중국 당국의 각본에 따라 '부동산 공룡' 헝다 추락의 충격이 얼마나 분산될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베이징에서 YTN 강정규입니다.
YTN 강정규 (liv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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