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노선별 '줄서기 표지판'이 생긴 뒤 차량 정체가 극심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죠.
결국, 서울시는 표지판 시행을 유예했고, 오세훈 시장은 현장 점검에 나선 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깊은 고려 없이 세운 '탁상행정'이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동훈 기자입니다.
[기자]
퇴근 시간, 도로가 차량으로 꽉 막혀 움직일 기색이 보이지 않았던 서울 명동.
29개 노선이 드나드는, 안 그래도 혼잡한 버스 정류장에 안내판을 세우고 '노선별 줄서기'를 시행하면서 버스가 줄줄이 밀렸습니다.
숭례문에서 명동까지 1㎞ 구간에 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시민 불만도 쏟아졌습니다.
[설정윤(지난 4일) / 경기도 수원시 : 원래 6시 퇴근하면 집에 가면 늦어도 7시 40분엔 들어가곤 했는데, 지금은 8시 반 이후에 도착해요. 버스가 한 줄 서기 하고 있는데 비어 있어도 버스가 저기서 서고 있으면 이 앞에는 못 오는 거예요.]
비판에 직면한 서울시는 노선별 줄서기 표지판 시행을 이달 말까지 유예한다며 사실상 정책을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극심했던 정체는 바로 해소됐습니다.
[이상현(지난 5일) / 경기도 성남시 : 오늘은 제가 왔다 갔다 하면서도 봤는데 버스 밀리는 게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요. 도로 상황은 어제보다 확실히 원활해진 거 같아요.]
전문가들은 극심한 교통 체증 원인으로 탁상행정을 지적합니다.
몇 개 노선을 묶어서 줄서기를 시행하거나 일부 노선은 정류장을 건너뛰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혼잡 시간엔 승용차 진입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는데도 무작정 표지판부터 세웠다는 겁니다.
[강경우 /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 : 너무 행정 편의적으로 했어요. 다양한 정책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검증하고 또 2∼3일 동안 시범 운영을 통해서 문제점을 개선해서 하는 방향이 바람직했는데….]
직접 현장을 둘러본 오세훈 서울시장도, 신중하지 못한 정책으로 불편을 초래했다며 사과했습니다.
버스 이용객 안전이라는 취지 자체는 바람직했던 만큼, 이번 버스 대란에서 나온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한 제대로 된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양동훈입니다.
영상편집:전자인
YTN 양동훈 (yangdh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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