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터졌지만, 목숨 건진 호주 노병…"난 운이 좋았다"
[앵커]
연속보도로 전해드리고 있는 해외 한국전쟁 참전용사들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호주에서 낯선 땅 한국으로 와 피 흘렸던 역전의 용사입니다.
지뢰에 부상 당해 크게 다쳤는데도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얘기하는데요.
시드니 박의래 특파원이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우리 현충원과 비슷한, 호주 시드니의 안작 메모리얼에 백발의 노인들이 모였습니다.
지금은 거동이 불편하지만 70년 전에는 낯선 땅 한반도에서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이들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전쟁 참전용사 로버트 홀든 씨는 전쟁터에서 다친 팔과 다리 때문에 조금 불편해하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70년 전 이야기를 생생히 전했습니다.
홀든씨는 스무살이던 1952년 우연히 신문 광고를 보고 한국전에 참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던 그는 1953년 5월 호주 왕립연대 제2대대 소속 보병으로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일본 히로캠프에서 3개월 훈련받고 하무라산에서 한달간 훈련한 뒤 부산의 시포스 캠프로 갔습니다. 트럭에 타고 이동할 때 한국 여성이 골판지 상자에서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그곳은 그녀의 집이었고 그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한국에선 지금의 경기도 연천 지역의 최전방에 배치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의 군 생활은 그리 길지 못 했습니다.
최전방에 배치된 지 한 달도 안 돼 실종된 전우를 수색하다 지뢰밭에서 중상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5월 28일 실종된 잭 애시 상병을 수색하던 중 우리는 지뢰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다치기만 했기 때문에 운이 좋았습니다."
담담하게 전했지만, 홀든씨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지뢰가 터지면서 파편이 지니고 있던 수류탄을 때렸지만 폭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크게 다쳤지만, 그는 한국전 참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복무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호주인과 한국인이 함께 일했던 것이 좋았습니다. 한국은 아주 아름다운 나라이고 사람들도 우리에게 잘 대해줬어요. 다시 한국을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호주는 한국전쟁 당시 1만7천명이 넘는 군인을 파병했고 1천명 이상이 생존해 있습니다.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처럼 해외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도 마지막 한 명까지 이어져야 하겠습니다.
시드니에서 연합뉴스 박의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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