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서 석유 훔치려 모텔 통째로 빌리고 땅굴 파
[앵커]
땅굴을 파 송유관에 접근해 기름을 훔치려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치밀한 계획 속에 송유관과 가까운 모텔을 통째로 빌려 땅굴을 팠습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충북 청주의 한 모텔 지하실 창고.
한켠이 뻥 뚫려 있고, 사람 1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습니다.
각목과 파이프로 가벽도 설치됐습니다.
58살 A씨 등 8명이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기 위해 굴착한 땅굴입니다.
대전경찰청은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 등 4명을 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인 사이로 지난해 5월부터 범행을 모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총책과 자금책, 기술자 등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도유에 성공하면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까지 상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당 가운데 기술자 B씨는 전직 대한송유관공사 직원으로 밝혀졌습니다.
처음에는 충북 옥천의 한 주유소를 임차한 뒤 거기서 땅굴을 파 송유관에 도달하려 했으나 굴착 과정에서 실패했습니다.
이들은 다시 청주의 한 모텔로 범행 대상을 변경하고, 모텔을 통째로 임차했습니다.
"5층 건설팀 받고 2~3층은 이제 손님 받는다고 이렇게 해서 계약이 된 거죠. (알고 보니) 황당하기도 하고 그냥 사람이 무서운 거죠."
이들은 지난 1월부터 3월 초까지 삽과 곡괭이 등을 이용해 가로 81cm, 세로 74cm, 길이 9m가량 땅굴을 팠습니다.
하지만 이 땅굴이 송유관에 도달하기 직전에, 경찰에 적발되면서 실제 기름을 훔치지는 못했습니다.
"모텔에서 송유관까지 6m 정도, 지하 3m 정도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굴착하는 데 아무래도 수월하다고 생각을 해서 모텔을 범행 장소로…."
경찰은 땅굴 위치가 하루 평균 차량 6만6,000대가 지나는 국도변 지하여서 붕괴 위험도 있고, 송유관 폭발 가능성도 있어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유관기관과 함께 땅굴을 원상복구하고 안전점검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TV 이호진입니다. (ji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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