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안 나간 변호사 때문에 물거품이 된 학교폭력 소송 판결문에는 스스로 피해를 증명해야 했던 당사자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 넘기기엔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이 짊어져 온 무게가 너무 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8년 전 세상을 등진 박 모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와 지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선 SNS 단체 대화방 등에서, 친구들의 언어폭력에 시달렸습니다.
그래도 이건 법원에서 인정된 학교폭력입니다.
박 양을 향해 달걀이나 밀가루, 의자를 던졌다는 물리적 폭력이나 직접 말로 한 욕설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기철 / 고 박 모 양 어머니 : 물리적인 폭력만 얘기를 지금 경찰이 하는 거냐, 그랬더니 물리적인 폭력만 경찰이 하는 거고요, 나머지는 학교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피해를 본 우리한테는 그거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면서….]
법원은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전학 보낸 것도 불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과 교사 모두, 피해자가 고등학교에 가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몰랐을 거라며,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봤습니다.
박 양이 가해 학생과 관계 회복을 원했다는 점도 가해자의 책임을 덜어주는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픈 기억을 안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박 양은 입학 첫날부터 학교 가는 게 두려웠습니다.
수학여행 버스에서 누구 옆에 앉아야 할지 며칠 전부터 걱정하는 등, 친구 관계는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문제 있는 학생으로 비칠까 교사 상담도 피했던 박 양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주 수업에 빠진 뒤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의도'와 '적극성', '반복성'이 수반돼야 한다는 엄격한 대법원 판례에 막혀 집단 따돌림이 있었다는 주장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박 양 어머니가 소송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1심에서 5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아낸 것도, 피고 34명 가운데 한 명이 재판에 대응하지 않아 가해 행위를 자백한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입니다.
이어, 10년 싸움을 감수하고 항소까지 했는데, 믿었던 변호사가 재판에 안 나가면서 물거품이 됐습니다.
상식 밖... (중략)
YTN 나혜인 (nahi8@ytn.co.kr)
촬영기자 : 심원보
영상편집 : 김혜정
그래픽 : 홍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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