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 안정 동참 압박에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있습니다.
식품 업체들의 눈치 보기가 시작된 건데 소비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인위적인 물가 압박이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윤해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번 달부터 가격이 또 오르는 제품이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이시스 출고가를 15%가량 올렸고, 제주도개발공사도 제주 삼다수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습니다.
[정명순 / 서울 신사동 : 남편들 월급 타오는 거에 맞춰서 장을 보려고 하니까, 물가는 비싸고 월급은 안 오르고 거기에 맞춰서 싼 거 저렴한 거 고르게 되는 거예요.]
편의점에서 사 먹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오릅니다.
빙그레의 메로나와 비비빅, 해태의 누가바, 쌍쌍바, 바밤바 등은 기존 1,300원에서 1,500원이 됐고, 롯데제과의 월드콘과 설레임, 찰떡 아이스 등은 2,200원으로 10% 올랐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꺾이지 않는 물가에 정부는 식품업체에 물가 안정 동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등 식품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올해 상반기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간담회 3일 만에 CJ제일제당은 고추장과 쇠고기 다시다 등 일부 조미료 편의점 출고가 인상 계획을 돌연 철회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원가와 비용 부담은 여전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풀무원도 앞서 생수 가격 인상 계획을 잠정 보류했고, 다음 달 주세가 오르면서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했던 주류 업체들도 정부의 원가 실태조사 착수 이후 당분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결국, 정부 압박이 통한 셈인데 일시적으로 가격을 억눌러 물가가 안정돼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날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더 큰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 진 /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물가 인상) 고통을 시기를 두고 분산하면서 인상하는 것이 맞지, 이것을 한꺼번에 눌러놓게 되면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이 나중에 가격이 더 높게 올라가게 돼서 더 큰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죠.]
당장 인상된 생산 비용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해 손실을 떠안게 되는 식품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YTN 윤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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