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기름 부은 미 낙태권 판결…시위·충돌 확산
[앵커]
미 대법원의 판결로 낙태권 보장 근거가 사라지면서 시술을 중단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원정 낙태 보호조치를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는데요.
진보, 보수 진영의 첨예한 쟁점인 낙태권 판결이 미국 사회의 분열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워싱턴 이경희 특파원입니다.
[기자]
지난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10개 주에서는 낙태가 금지됐습니다.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자동으로 낙태를 불법화하는 이른바 '트리거 조항'이 적용된 오클라호마, 애리조나, 루이지애나 등의 지역들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 병원은 임신 중절 수술을 속속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칸소주 리틀록의 한 병원은 대법원 결정이 온라인에 공개되자마자 문을 닫았고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의 한 여성 전문 병원도 문을 닫고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다른 주의 환자를 보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주변 지역과 이곳 캔자스 주의 환자들이 더 이상 진료 약속을 잡을 수 없게 되는 등의 심각한 영향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낙태권 옹호 단체들은 미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낙태권 보장을 지지하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낙태를 시술하거나 도와준 사람, 낙태 시술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다른 주가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조치를 내놓으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골드만삭스, 나이키 등 미국 유명기업들도 직원들의 원정 낙태 비용 지원을 약속하며 대법원 판결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해 사흘째 이어졌고 시위대를 향해 트럭이 돌진해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충돌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낙태를 한 흑인 여성입니다. 낙태를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유색인종이며 만약 우리가 이 운동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이 운동은 우리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보수, 진보 진영의 첨예한 논쟁거리였던 낙태권 폐기 판결을 계기로 미국 사회의 분열이 한층 더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보수화된 대법원이 동성혼, 피임 등 다른 판결도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TV 이경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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