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서 휠체어 직접 타보니'…갈길 먼 장애인 이동권

2022-04-10 3

'지하철역서 휠체어 직접 타보니'…갈길 먼 장애인 이동권

[앵커]

장애인 단체들은 왜 매일 아침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걸까요.

버스 앞에서, 지하철역에서 장애인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홍정원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봤습니다.

[기자]

출근길 지하철역 승강장에서는 삭발식이 한창입니다.

만원 열차도 멈춰 섰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휠체어가 승차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열차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출근길 민폐라는 날선 비판보다, 장애인들은 차가운 무관심이 더 두렵습니다.

사실 이들의 이동권 시위는 20년째 진행 중입니다.

2001년과 2002년 각각 오이도역과 발산역 리프트 추락 사고 이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개선은 더딥니다.

정치인들은 약속을 번번이 깼습니다.

장애인들의 꾸준한 요구와 시위를 통해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는 조금씩 진전을 보였지만, 교통약자의 편의성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설치됐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국회는 2004년 교통약자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2021년 기준으로 42%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실제로는 27.8%에 그쳤습니다.

"보통 버스를 갈아타잖아요. 바로 한번에 가는 게 없다고 한다면. 그럼 100%가 아니면 이동권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려운 거죠."

실태 확인을 위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타봤습니다.

엘리베이터는 길 건너편에 있습니다.

신호에 쫓기듯 길을 건너 겨우 한 층을 내려왔지만 진짜는 지금부터입니다.

"5호선으로 가야 됩니다, 우리는."

간신히 개찰구를 통과해 두번째 엘리베이터로 이동합니다.

단 두번 만에 승강장에 도착하나 싶었는데, 1호선입니다.

길이 복잡합니다.

"어디로 가라는 거야."

이번엔 오르막길입니다.

휠체어가 제자리를 돌 뿐 올라가지를 못합니다.

다시 계단을 만났습니다.

지하철을 갈아타려면 조금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엘리베이터까지는 100m가량 더 남았습니다.

세번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눈앞에 무빙워크가 보입니다.

올라갈 방법이 없어 무용지물입니다.

무빙워크는 조금 전 발걸음을 돌렸던 계단과 이어져 있습니다.

동선 배치가 아쉽습니다.

한참을 더 힘을 쓰고서야 도착한 5호선 승강장 코앞에서 다시 계단을 만났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한 번 더 타야 합니다.

난관은 끝이 없습니다.

경사로를 따라 휠체어에 속도가 붙더니, 벽에 부딪힙니다.

엘리베이터를 4번을 탔는데 지하철을 갈아타려면 다시 리프트를 타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1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리프트에 타고 내리는 것도 일입니다.

두번만에 겨우 휠체어가 리프트 위에 올라섰습니다.

드디어 5호선 승강장, 하지만 타고 내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발 빠짐 주의. 발 빠짐 주의."

바퀴가 빠졌습니다.

놀란 승객들이 힘을 모아 꺼내주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입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정거장 오는 데 1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정착역에서는 가파른 계단이 리프트 사용금지 표시가 붙은 채 휠체어 앞을 막아섰습니다.

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 (zizou@yna.co.kr)

#장애인이동권 #지하철 #저상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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