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하고 머리칼 만진 상사…"업무상 위력 추행"
[앵커]
후배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머리카락을 만진 상사의 행동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습니다.
상대방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가 돼야만 '위력'이 되는 건 아니라고 봤습니다.
강은나래 기자입니다.
[기자]
신입사원 A씨는 수습 기간 과장 B씨의 성적 언행에 시달렸습니다.
B씨는 A씨에게 '오늘 왜 이리 촉촉하냐' 말하거나, 성행위를 뜻하는 손동작을 해 보이고, 음란물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이번엔 A씨 머리카락 끝을 손으로 비비며 "느낌이 오냐" 물었고, 어깨를 툭 치고는 A씨가 돌아보자 본인 입술을 핥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성적 수치심에 우울증약까지 먹던 A씨는 퇴사했고, B씨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1·2심 모두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인사·업무 영향력이 크지 않고, A씨가 직접 거부하거나 성적 농담으로 맞받은 적이 있는 점, 신체 접촉 정도로 볼 때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위력에 의한 추행'은 없었다 판단했습니다.
2심 재판부 역시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위계질서 약한 조직이라는 점 등을 들어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말하고, "'위력'은 자유의사를 제압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A씨가 반발하자 일을 떠넘기거나 야근을 시킨 점 등으로 볼 때 B씨가 보호·감독 하에 있는 A씨를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보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연합뉴스TV 강은나래입니다. (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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