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한꺼번에 수천 명이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데요.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이 각자 차를 타고 회의에 참여하는 '드라이브인' 총회를 처음으로 열었습니다.
이색 풍경인데, 총회장 곳곳에서는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백종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아파트를 허물고 공터가 된 드넓은 부지 앞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도보로 이동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입구에서 일일이 체온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중장비들 사이로 차량이 몰린 이곳은 서울 개포 주공 1단지 재건축 조합 관리처분변경 총회 현장입니다.
마치 대형 주차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동차 극장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총회 참여 조합원 : 감염도 걱정해야겠지만, 하루 이틀 지체되면 몇억 원씩 날아가요. 소유자들이요.]
조합원들이 차량 천오백 대에 타고 동시에 총회를 지켜보는 만큼 진행요원들이 사륜차를 타고 흙먼지를 날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드라이브 스루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농수산물 판매 등을 위해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조합원 총회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같은 '드라이브 인' 총회는 재건축 조합이 고민 끝에 짜낸 고육지책의 결과물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총회 자제를 권고하는 가운데, 재건축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을 버티기 어렵게 된 조합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아이디어를 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혼란도 이어졌습니다.
행사 지연으로 화가 난 조합원들이 차에서 내려 진행요원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고 조합원 접수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사회적 거리 두기 취지가 무색하기도 했습니다.
[총회 참여 조합원 : 우려스럽죠.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또 우리나라 국민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고 상황이 종료가 된 건 아닌데….]
처음으로 열린 '드라이브인' 총회는 아쉬움과 혼란을 남긴 채 마무리됐지만, 초유의 코로나 사태가 빚어낸 전례 없는 이벤트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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