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는 4월 초. 남부지방엔 벚꽃이 만개했지만, 수도권엔 아직 꽃소식이 없다. 어디로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어중간한 계절이어서 행선지를 고민하기 십상인 시기다.
그래서 두 남자가 추천하는 것이 바로 '커피 데이트'. 바람을 가르며 드라이브도 즐기고, 커피 향 가득한 박물관에서 핸드 드립 커피를 체험할 수 있는 데이트 코스를 소개한다.
서울 잠실에서 한 시간가량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종합촬영소 인근. 그곳에 두 남자가 체험한, 특이한 커피 데이트코스가 있다. 바로 '왈츠와 닥터만' 커피 박물관과 레스토랑이다.
북한강을 옆에 두고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건물은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들어온다.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건물 디자인은 박물관 관장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박종만(53) 씨가 직접 했다.
잘 나가던 인테리어 회사 사장이었던 박 관장은 1989년 일본 커피공장을 우연히 들렀다가 커피의 매력에 빠져 이모저모 연구를 하던 끝에 국내 최초로 커피 박물관을 만들었다.
'왈츠와 닥터만'이라는 특이한 이름에 대해 의미나 유래가 궁금했지만 아무데도 설명이 붙어있지 않았다. 중세풍의 건물이어서 어느 성주나 성의 이름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박 관장은 "일본에서 방문했던 커피공장의 이름이 '왈츠'였던 데서 유래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커피 박사(닥터) 박종만'을 줄여 붙여 '왈츠와 닥터만'이 탄생한 것.
박물관 입구에는 오래된 클래식 차량 하나가 매표소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커피 박물관으로 들어서게 된다.
커피에 대한 기본 상식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까지, 다른 곳에선 접할 수 없는 커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사용된 커피 잔과 스푼 그리고 '막걸리용'처럼 보이거나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뽐내는 여러 종류의 주전자들이 눈길을 끈다. 생두를 볶아서 원두로 만드는 로스팅 과정을 단계적으로 볼 수도 있다.
전시장 한쪽으로 길게 놓인 바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맛볼 수 있도록 돼있다. 바리스타의 지도에 따라 관람객은 직접 원두를 선택한 뒤 갈아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만든 커피는 예쁜 찻잔이 진열된 박물관 내 '다방'에서 미디어자료를 시청하며 맛볼 수 있다. 바리스타가 전하는 '핸드드립 커피 만들고 즐기는 요령.'
1. 커피를 마시기 직전에 원두를 간다.
2. 잔을 미리 데운다.
3. 물을 부었을 때 원두 가루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신선한 커피다.
4. 원두 가루를 종이 필터에 올리고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릴 때 물줄기는 가늘게, 안에서 밖 으로, 밖에서 안으로 원을 그리며 붓는다.
5. 커피 향을 먼저 맡고, 조금 마신 뒤 목 뒤까지 커피를 넘기며 맛을 본다.
박물관 3층으로 올라가면 연구를 위해 커피를 직접 재배하는 온실을 구경할 수 있다. 두 남자가 방문했을 때는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커피나무를 추운 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한성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온실 옆에서는 시간이 10~12시간이 걸리는 '더치' 커피 추출 모습을 구경할 수 있고 직접 시음할 수 있다. 차가운 물로 한 방울씩 내린 고급 더치커피의 시음은 왈츠와 닥터만 박물관에서만 할 수 있는 이색 경험이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박물관에서 음악회 등 각종 문화행사도 열린다.
박물관 옆에 있는 '왈츠와 닥터만 레스토랑'으로 가면 노신사 지배인이 가져다주는 향긋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지배인이 손님의 분위기를 보고 직접 커피 잔을 골라주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커피 리필은 무제한이다.
두 남자는 '예쁜 찻잔에 담긴 커피를 앞에 두고 잔잔한 음악 속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나누는 데이트'가 '썩 괜찮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남성들끼리는 '별 재미가 없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지만.
다만 이 곳의 커피 한 잔 가격은 시중의 커피 체인점보다 훨씬 높고, 박물관 관람이나 문화행사 참가도 유료이니 미리 살펴 두는 것이 좋겠다.
[내레이션 : 강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