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쌀쌀한 날씨 속에 비까지 뿌리던 6일 새벽 0시 정각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
저마다 손가방을 움켜쥔 남녀 네 명이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어둠 속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이내 가방 속에서 포스터를 꺼내 버스 정류장 등 거리 곳곳에 붙이기 시작했다.
포스터에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미소 띤 얼굴이 각각 절반씩 합성된 모습과 'CO-INNOVATION'이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바라는 포스터 부착 퍼포먼스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퍼포먼스를 주도한 사람은 팝아티스트 이하(본명 이병하·44) 작가.
'귀여운 독재자 시리즈' 등 이미 몇 차례의 논쟁적인 팝아트 예술을 선보여 회자된 인물이다.
대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벌어진 단일화 포스터 퍼포먼스는 종로뿐 아니라 신촌 일대에서도 진행됐다.
이하 작가는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는 시민들께 작은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다"고 퍼포먼스 취지를 설명했다.
단일화 포스터 퍼포먼스는 이번 주 내내 계속될 예정인데, 오는 8일은 부산, 9일은 광주에도 포스터가 거리에 나붙을 전망이다.
이번 퍼포먼스가 이 작가의 바람대로 단일화를 열망하는 시민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작가 본인은 처벌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 정류장 등 공공건물에 게시물을 무단으로 부착하는 행위는 경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작가는 지난 5월 서울 연희동 주택가 일대에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고 주장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포스터를 붙였다가 벌금 1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작가는 "물론 처벌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내 작품이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기획/제작 : 박기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