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 구두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서울 성수동의 구두 장인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하청에 하청을 주는 구조 속에 유통 대기업이 많은 이윤을 가져가면서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데요,
덕분에 구두 한 켤레에 7천 원인 공임은 10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성수동의 한 제화 공장.
쉴 새 없는 재봉틀 소리에 귀가 먹먹해지고, 독한 접착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하창근 / 제화공 : (소음이 심해) 주위에서 말하는 게 잘 안 들리고 그럽니다.]
다치고 아픈 곳도 많지만,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달리 하소연할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상 하청업체에 소속된 직원이지만, 법적으로는 제화공 한 명 한 명이 이른바 '소사장'이라 불리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구두 1켤레당 버는 돈은 7천 원 남짓.
하루 15시간 넘게 일해도 남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이들에겐 퇴직금도, 4대 보험도 남의 얘기입니다.
엄연히 '노동자'였던 제화공들이 허울뿐인 '사장님'이 된 건 외환위기 이후였습니다.
생존 위기에 몰린 하청업체들이 비용을 줄이려 계약 조건을 바꾸라고 압박한 겁니다.
[김광수 / 제화공 : 업체 사장들이 그걸 만든 거예요. '소사장제'라고 세금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우리가 사장이 되겠어요. 될 수가 없죠.]
이런 일터마저도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4월 개인사업자인 제화공에도 퇴직금을 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하청업체가 아예 공장 문을 닫아버린 겁니다.
여성 구두로 유명한 원청업체는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발을 뺐습니다.
[미소페 관계자 : (원청과) 무관한 정도가 아니라 (하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게 미소페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기형적인 유통 구조는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백화점과 홈쇼핑 등 유통 대기업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최고 40%로,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정도 높습니다.
30만 원짜리 구두 한 켤레를 만들면, 12만 원을 떼 가는 겁니다.
여기에 원청과 하청업체의 이윤까지 빼야 하니 직접 구두를 만드는 제화공의 공임은 10년째 늘 그대로였습니다.
[김주호 / 참여연대 민생팀장 : 유통수수료를 잡화 평균 수준으로 2~3%만 낮춰도 최소한 공임을 만원...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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