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할아버지가 '동굴 앞 소녀상'을 지키는 이유 / YTN (Yes! Top News)

2017-11-15 0

[앵커]
폭설이 내린 뒤, 소녀상에 소복이 쌓인 눈을 치워주는 할아버지의 사진이 화제인데요.

청춘을 바쳤던 광산에서 이제는 소녀상을 지키는 '역사 해설가'로 변신한 '광부' 할아버지를 신지원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칼바람에 추위라도 탈까 소녀상의 목도리를 여미는 손길이 따스합니다.

밤새 폭설이 내린 다음 날엔 손수 하얗게 쌓인 눈을 털어주기도 합니다.

올해 89살이 되신 장원화 할아버지는 소녀상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 기억이 생생합니다.

[장원화 / 광명동굴 할아버지 : 일제 순경들이 동네에 왔다 하면 소녀들이 도망 다니는 걸 내 눈으로 봤거든….]

일제강점기 한국인 광부들이 징용됐던 광명동굴에 시민들의 성금으로 소녀상이 세워진 건 지난 2015년.

[박진희 / 직장 동료 : (처음에는) 반대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지금은 동굴에도 소녀상이 있구나 하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십니다.]

이곳에서 역사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장 할아버지는 이후 소녀상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장 할아버지에게 한 때 광산이었던 광명동굴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 28살의 나이에 뛰어든 광산.

이후 폐광이 될 때까지 17년 동안 몸담았던 이곳에는 할아버지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장원화 / 광명동굴 할아버지 : 내가 저 기계를 써서 고치고, 실제로 저걸로 (동굴을) 뚫고 그랬으니까….]

3년 전부터 '해설가'로 동굴을 다시 찾게 된 할아버지는 젊음을 보냈던 광산을 백발이 되어서도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장원화 / 광명동굴 할아버지 : 이 광산은 내 인생을 좌우한 광산이에요!]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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