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부패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사면하는 경우, 사면의 이유가 정당하지 않으면 반발과 논란이 뒤따르곤 합니다.
과거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던 동유럽 루마니아에서, 정부가 속이 뻔히 보이는 사면을 실시하려다가 철회했는데, 이를 무산시킨 건 국민의 평화시위였습니다.
임장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89년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하며 공산정권이 붕괴하는 혁명이 벌어졌던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광장에, 27년여 만에 최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10만여 명의 시민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건, 지난달 출범한 사회민주당 연정이 심야에 내린 형사범 사면 조치였습니다.
교도소 과밀을 해소한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지난해 투표 조작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집권당 대표 등 부패 정치인을 대거 구제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가뜩이나 불평등과 빈부 격차 심화에 불만이던 시민들이 속 보이는 사면에 더는 참지 못하고 나선 겁니다.
[드라고스 / 시위 참여자 : 부도덕하고 마피아 같은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도둑들처럼 밤에 사면안을 처리했습니다.]
지난 1일, 집회 초기에는 일부 시위대가 돌멩이를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평화시위로 발전했습니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질서는 더 잘 지켜졌습니다.
남녀노소, 가족단위 참가자가 늘면서 축제 양상을 띠기도 했습니다.
[라두 / 시위 참가자 : 평화 시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름다운 생각으로 한데 모이게 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참여했습니다.]
[엘레나 / 시위 참가자 : 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또 이 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연일 평화시위가 계속되자 루마니아 총리는 결국, 부패 사범 사면안을 전격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독재정권을 붕괴시켰던 루마니아 국민의 사회정의 요구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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