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 종목 올림픽 퇴출은 피했지만, 러시아의 도핑과 은폐는 조직적이고 교묘했습니다.
금메달 수를 늘리겠다며, 국가 정보기관까지 동원됐습니다.
이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일 세계반도핑기구가 공개한 러시아의 도핑 실태는 말 그대로 '막장 드라마'였습니다.
수법도 등장인물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금지약물 3가지와 술을 섞은, 이른바 '귀부인'으로 불리는 칵테일이 무차별적으로 거의 모든 종목 선수들에게 제공됐습니다.
이를 주도한 건 러시아 정부, 이를 감추기 위한 '샘플 바꿔치기'엔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까지 동원됐습니다.
요원들이 소변 샘플 보관소 옆방에 배관공이나 청소부로 위장해 침입한 뒤, 캐비닛 뒷벽에 구멍을 내는 수법 등으로 깨끗한 샘플과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러시아 정부가 직접 나서 금메달 수를 늘리기 위해 이 같은 도핑과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이어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이런 조작이 극에 달했고 심지어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러시아는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따내며 20년 만에 종합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폐기된 도핑 양성반응 샘플이 580개 달한다는 게 세계반도핑기구의 결론입니다.
앞서 러시아 반도핑기구 책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진술로 이 같은 도핑 파문을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전 종목 올림픽 퇴출은 피하게 됐지만, '스포츠 강국'의 끝 모를 추락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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