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을을 지키는 신이 깃들었단 뜻에서 '당산나무'라 불리는 4백년 된 느티나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나무를 살펴보니 구멍이 37개나 발견됐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배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마을 입구에 커다란 나무가 서있습니다.
수령이 4백 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입니다.
주민들은 마을을 지키는 신이 깃들었다는 의미로 당산나무라고 부릅니다.
[현장음]
"이 나무가 우리 동민들을 건강하게 하고 잘살게 하고 그네도 타고 그랬어요."
그런데 웬일인지 나무에 생기가 없고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모습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 양쪽에 있는 작은 나무 두 그루가 고사했고 가운데 큰 나무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나무 곳곳에 드릴로 뚫은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37개 발견됐습니다.
주민들은 이 구멍으로 농약을 주입한 거라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마을 주민]
"4백 년 가까이 됐는데, 마음이 아프고 보기도 민망합니다. 살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살릴 수 있겠어요."
주민들은 느티나무를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습니다.
제대로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현수막과 비석을 세우고 나무에 깃든 신의 노여움을 풀겠다며 제사도 지냈습니다.
이 동네에 사는 60대 남성이 용의자로 꼽힙니다.
[경찰 관계자]
"관리하기가 힘들어서 나뭇잎이 자꾸 떨어지고 그러니까 필요 없는 거는 제거할 목적으로 그랬다고 얘기를 해요."
경찰은 나무가 죽은 원인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농약이 원인으로 파악되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채널A뉴스 배영진입니다.
영상취재 : 김건영
영상편집 : 김문영
배영진 기자 ica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