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통보했다가 연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됐다는 소식, 이제 더는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만 연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쉰 명에 가깝다는 일부 통계가 있긴 한데, 심각성에 반해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없는 등 제도나 인식은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박정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6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의대생 A 씨.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하자 격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지난 3월 경기 화성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가족까지 크게 다치게 해 재판에 넘겨진 김레아 역시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교제 살인 사건이 잇따르며 '안전 이별'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관련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 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스토킹이나 가정폭력과 달리 교제폭력은 아직 관련 법령이 없다 보니,
최근 몇 년 사이 교제폭력 범죄 심각성이 커짐에 따라 경찰청이 신고나 검거 건수 정도만 일일이 취합하는 수준입니다.
교제폭력으로 살해당한 인원은 별도로 집계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단체는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최소 49명, 살인 미수에 그친 피해자도 158명에 달한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입법 공백이 범죄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제폭력 범죄 특성상 가해자가 피해자와 관련한 여러 신상정보를 알고 있는 만큼 보복 우려가 매우 크지만 접근금지 등 수사기관이 사건에 강하게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오선희 / 변호사 : 수사기관이 가해자 위치를 계속 주시하고 있어서 가해자가 함부로 재범하지 못하도록 이런 식의 물리력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한 단계입니다.]
교제폭력을 연인 간 다툼, 개인사 정도로 치부하는 사회적 통념이 근본적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수정 /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상담소 소장 :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는 잘못된 인식 같은 것들이 당연히 피해자한테나 수사기관이나 이런 데 영향을 미치니까 도움 요청하기도 쉽지 않고….]
특히 이번 의대생 교제 살인의 경우, 별다른 사전 징후 없이 곧바로 살인으로 이어져 사법적 예방에 한계가 있던 것... (중략)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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