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떠난 '어재연 수자기'…반환 가능할까?
[앵커]
조선시대 최고 지휘관이 사용하며 국기 역할을 대신했던 '수자기'는 전부 소실돼 이제는 딱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신미양요 때 미국 해군과 싸우다 전사한 어재영 장군의 수자기인데요.
그런데 10년 넘게 국내 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던 이 수자기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한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로, 세로 4m가 넘는 거대한 삼베천.
조선시대 군영 최고 지휘관만 썼던 군기 '수자기'입니다.
신미양요 당시 미군과 맞선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로, 가운데는 전투를 지휘하는 장수를 뜻하는 한자 '수'가 적혀 있습니다.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현존하는 유일한 수자기입니다. 하지만 지금 보시는 건 복제품인데요. 이곳 강화전쟁박물관에서 10년 넘게 갖고 있던 진품은 최근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1871년 강화도 광성보 전투에서 미군에 빼앗긴 수자기.
소유권을 갖고 있는 미군은 전리품이라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07년 '장기 대여' 형태로 돌아왔지만, 미 해군의 반환 요청으로 지난 12일 다시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은 내년부터 3년간 진행되는 '동아시아 특별전'에 어재연 장군 수자기를 전시할 예정입니다.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이관 절차를 밟았습니다.
태극기가 없던 과거 국기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던 수자기는 전쟁사를 기억할 수 있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큰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 군인들이 전쟁을 이기고 전리품으로 제일 먼저 가져간 게 장군 수자 깃발입니다. 전쟁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장 큰 유물입니다."
최근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어재연 장군 수자기가 전리품이 아닌 약탈 문화재라며 영구 반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 수자기 재대여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강화군은 재대여는 물론 영구 반환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연합뉴스TV 한웅희입니다. (hlight@yna.co.kr)
영상취재 기자 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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