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있는 상수도관에 성능이 떨어져 정부 적합 인증을 못 받은 녹물 억제 장비가 대거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확인된 것만 500개가 넘는데, 설치비로 세금 124억 원을 썼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에 있는 한 수도사업소입니다.
수돗물이 지나는 금속관 중간에 두툼한 장비를 달아놨습니다.
표면이 부식돼 녹물이 나오는 것을 막는 장치입니다.
하나 가격이 1억 원이 훌쩍 넘는데, 알고 보니 성능이 떨어져 정부 인증을 못 받은 제품이었습니다.
[수도사업소 관계자(음성변조) : (정부) 나라장터에 올라가 있고 전국적으로 그 제품을 엄청나게 많이 썼거든요. 그래서 적용을 해보자 한 거죠. 시범적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를 통해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이런 미인증 장비가 502개나 깔려 있었습니다.
경상북도가 270개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112개, 경상남도 57개 등 순이었습니다.
설치비로만 모두 124억 원이 들었습니다.
부식 억제 장비를 상수도관에 설치하려면 수도법에 따라 공공기관인 한국물기술인증원으로부터 적합 인증을 받은 제품을 써야 합니다.
부식 억제율이 최소 25%가 넘어야 하는데 지난 2016년 9월 이후 이 기준을 충족한 장비는 시장에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발된 장비 가운데 부식 억제율이 기준의 절반 수준인 14%에 그친 제품도 있었다고 권익위는 밝혔습니다.
일부는 화장실이나 주방 등 집안 수도관에만 허용된 제품을 정부 나라장터를 통해 사서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승윤 /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처장 : 인증된 제품을 (구매)해서 녹물 제거하는 장치를 (설치)하든지 안 그러면 상수도관을 교체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비용이 많이 들고 이러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가지 예산상 어려움이 있지 않나….]
권익위로부터 사건을 전달받은 경찰은 지난해 말 미인증 부식 억제 장비 제조·판매 업체 3곳을 수도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를 소관 부처인 환경부에 통보하고 인증 기준에 맞는 제품 개발과 후속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YTN 이승배입니다.
영상편집 : 이자은
그래픽 : 김진호
YTN 이승배 (s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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