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주 강추위가 호된데요.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아래까지 떨어져도 술에 취해 거리에 누워있는 아찔해 보이는 분들 계십니다.
이런 사람들, 행여 큰일날까 밤새도록 주취자와 씨름하는 그 현장, 장호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가 들이닥친 서울 영등포.
자정이 가까운 시각, 지구대에 신고전화가 접수됩니다.
[현장음]
"네 경찰관입니다. (주취자가) 엘리베이터 1층에 있는 거죠?"
5분쯤 달려 도착한 오피스텔 1층 공동현관.
20대 여성이 술 취한 채 바닥에 주저 앉아있습니다.
[현장음]
"저희가 조치하겠습니다. 선생님 집이 여기 맞아요?"
몸을 가누지 못하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립니다.
[현장음]
"이렇게까지 하셔야 돼요?"
[현장음]
"아니 날이 추워서 그래요 추워서. 괜찮아요 일어나세요. 안 우셔도 돼요"
여경이 부축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집 바로 앞까지 데려다 줍니다.
[현장음]
"비밀번호 한 번 눌러 보시겠어요?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전하게 집 안에 들어가는 것까지 다 보고 나서야 조치가 마무리됩니다.
이번엔 길가에 주취자가 잠들어있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현장음]
"길에서 자지 마요. 추워서 안 돼요."
확인해보니 인근 노숙자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경찰관 얼굴이 심각해집니다.
해당 보호소는 술 먹은 상태면 받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약주 먹으면 안 들여보내 주잖아요. 안 들여 보내주면 어디 갈 거예요"
다른 보호소 이곳저곳 문의한 끝에 받아주는 곳을 겨우 찾아냈습니다.
[현장음]
"다리에 힘주고 일어나 보세요. 몇 걸음만 가면 돼요."
이렇게 힘들게 주취자를 인계하고 나면 진이 빠집니다.
[이승아 경사/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너무 만취해 계시면 몸에 힘이 없으시니까. 저희가 좀 옮기는데 이동조치 하는데 힘이 드는 상황입니다."
지난 겨울, 대문 안 계단에서 잠든 주취자가 숨졌는데 집 안까지 데려다 주지 않은 경찰관에게 최근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일일이 집안까지 데려다 주고 있는데 시간은 30~40분 더 걸리고 여성 주취자라면 인근 지구대에 여경 지원까지 요청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파 속 주취자 보호에 현장 경찰들은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장호림입니다.
영상취재: 김영수
영상편집: 김문영
장호림 기자 holic@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