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첫 흑인 총장 사임…보수진영 공격에 '백기'
[앵커]
미국 하버드대학의 첫 흑인 총장이 취임 5개월여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개교 이래 최단 기록인데요.
지난달 연방하원에서 열린 반(反)유대주의 관련 청문회 이후 보수 인사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한미희 기자입니다.
[기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공격을 받아 온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자진 사퇴했습니다.
학교는 게이 총장의 박사 논문에서 인용 표시가 불충분한 부분만 수정하면 된다고 밝혔지만, '반(反)유대 총장 퇴출 운동'에 나선 보수 인사들의 공격이 계속되자 결국 사임을 택한 겁니다.
게이 총장에 대한 정치권과 경제계 거물들의 공격은 지난달 연방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 이후 본격화했습니다.
당시 게이 총장은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표현의 자유'를 언급해 보수층의 반발을 샀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 혐오에 맞서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는 어려운 일이고 항상 잘 해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교환은 하버드의 토대입니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대학가에서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했는데, 유대계를 중심으로 한 고액 기부자들과 공화당 의원들은 대학이 반유대주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겁니다.
앞서 펜실베이니아대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은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내외 반발이 커지자 나흘 만에 사퇴했습니다.
게이 총장 역시 퇴진 압력을 받았지만 하버드대 교수진과 동문회가 지지 선언을 한 데 이어, 이사회 역시 만장일치로 유임을 결정했습니다.
자리를 지키는 듯했던 게이 총장은 이어진 논문 표절 공격으로 결국 물러나면서 1636년 하버드 개교 이래 최단기 재임으로 기록됐습니다.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인 게이 총장은 지난해 7월 흑인 최초이자 여성으로선 두 번째로 하버드대 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대학들이 좌편향돼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학과 진보 진영을 공격할 기회를 마련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짚었습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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