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 시대'…늘어가는 사적 제재 실태
[앵커]
최근 유튜브와 SNS에서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악인에 대한 고발이 통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데요.
사적 제재 실태를 방준혁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두 달 전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 가해 학부모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것은 '촉법 나이트'란 닉네임의 계정.
가해 학부모 영업장은 근조화환이 배달되고 달걀이 투척되는 등 엉망이 됐고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6월엔 한 유튜버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개인 채널에서 공개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부산 돌려차기 묻지마 폭행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했고, 성범죄자를 응징하는 유튜브 채널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범죄자 신상'을 검색해봤습니다.
악행을 고발하고 악인을 처벌한다는 내용의 채널들이 수십 개 올라옵니다.
이같은 '사적 제재' 콘텐츠의 유행에는 기존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한몫했다는는 분석입니다.
"가해자의 신상이 밝혀졌을 때는 되게 고마웠어요. 형벌도 적게 받잖아요. 그 사람이 출소했을 때 조심할 수 있게 돼서…."
'신상 털이' 영상마다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다는 댓글이 줄을 잇습니다.
"법적으로는 처벌이 미흡한 부분이 사회적으로 온 국민이 (가해자) 신상을 알게 됨으로써 어느 정도 보완이 되는…."
다만 지나친 마녀사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신상 털이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단 겁니다.
"관련 없는 지인들 신상도 털리고 유튜버들이 돈벌이로 악용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아서…."
실제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해 상호가 같다는 이유로 관련 없는 가게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범죄자라는 게 명확하지 않은 순간에도 언론에 보도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그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고 낙인찍어버리는…."
전문가들은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가 놀이나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그 중에 하나가 놀이형으로 또는 희화화하는 그런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게 되고…."
사적 제재는 현행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합리화하고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b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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