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해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힌남노 기억하시죠.
당시 중학생 아들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 아들을 잃고 홀로 살아 돌아온 엄마.
지난 1년을 어떻게 견뎌냈을까요?
숨도 못 쉴 정도의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어 왔던 엄마가 같이 힘을 내자며 연단에 섰습니다.
배유미 기자가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기자]
[현장음]
"생존! 생존! 생존!"
진흙탕물이 차오른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52살 김은숙 씨가 14시간 만에 구조돼 나옵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있던 15살 막내아들 김주영 군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김은숙 / 태풍 '힌남노' 참사 생존자]
"아들이라도 먼저 살라고 너만이라도 저 어른들하고 같이 살라고 그래서 나가라 그랬어요 그렇게 얘기를 했지만 아들도 얼마 못 갔어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남겼던 막내 아들은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엄마에겐 구조된 게 오히려 고통이었습니다.
[김은숙 / 태풍 '힌남노' 참사 생존자]
"주사를 맞는다고 몇 번을 찔러도 그 감각을 모르겠어요. 지하에 갇혀 있던 모습 그대로 제가 숨을 못 쉬는 거예요."
엘리베이터도, 차도 탈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김은숙 / 태풍 '힌남노' 참사 생존자]
"작은 누나가 너무나 힘들어 했어요. 우울증에 빠져서 정말 집밖에도 못 나갔어요."
남은 가족들을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김은숙 / 태풍 '힌남노' 참사 생존자]
"제 손을 붙잡고 (포항 지진 트라우마) 센터장님이랑 같이 선생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한 걸음 씩 내딛으며 용기를 되찾은 김 씨는 이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려 토크콘서트 무대에 올랐습니다.
같이 힘내자는 말을 건네기 위해섭니다.
[김은숙 / 태풍 '힌남노' 참사 생존자]
"'엄마라도 살아줘서 우리가 이렇게 힘을 낼 수 있고, 용기를 낼 수 있어서, 엄마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딸이 또 이렇게 편지를 써서 보내. 그래서 제가 더 힘을 내야해요. 딸들을 위해서."
채널A 뉴스 배유미입니다.
영상취재 : 김건영
영상편집 : 변은민
배유미 기자 yum@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