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주민 수십만, 피란 거부 이유는…"쫓겨났던 역사 반복 안할 것"
[앵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을 예고하며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남아 있으면 테러범으로 간주하겠다는 협박에도 수십 만명의 주민들은 피란을 거부하고 있는데요.
한미희 기자입니다.
[기자]
이스라엘의 강도 높은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 북부는 이미 초토화됐습니다.
전기가 끊기고 마실 물과 먹을 것도 떨어져 가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75년 전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났던 역사를 기억합니다.
"(제2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1956년에 나는 18살이었어요. 유대인들이 들이닥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남자가 있으면 잡아내서 벽에 고정하고 총을 쐈어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최소 72만명이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으로 전락했던 대재앙, '나크바'를 겪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고향을 잃고 다른 나라로 떠난 팔레스타인 난민과 그 후손은 600만명에 달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새로 자리 잡은 곳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도 갖지 못한 채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1948년 우리가 쫓겨났던 땅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것을 반복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땅 어디에서도 떠나지 않을 겁니다."
남부로 가는 데 드는 차량 비용이 100배로 폭등한 데다, 남부 역시 열악한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피란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스라엘은 남부 지역을 안전지대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곳에도 공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피란민 수십만 명이 몰려들면서 식수와 식량, 대피소가 극도로 부족해 일부는 다시 북부로 되돌아가는 실정이라고 현지 구호단체는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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