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사건 할머니 '혐의없음'…책임은 누가?

2023-10-18 1

강릉 급발진 사건 할머니 '혐의없음'…책임은 누가?

[앵커]

지난해 말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초등학생 손자가 숨졌고 운전대를 잡았던 할머니는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최근 경찰이 할머니에 대한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했는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자세한 내용 보도국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상현 기자 사고 당시 상황부터 먼저 짚어보죠.

[기자]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해 12월 6일입니다.

강릉시 홍제동에서 60대 할머니가 운전하던 SUV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내며 신호 대기 중이던 경차를 들이받고 달리기 시작했는데요.

600m를 내달리던 차량은 지하통로에 빠지고 나서야 멈춰 섰습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손자 12살 이도현 군이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운전자의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은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할머니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할머니는 치료받고 건강을 회복한 지난 3월부터 경찰 조사를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차량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도 할머니에 대한 수사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고요?

[기자]

강원 강릉경찰서는 최근 증거 불충분으로 할머니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발생 열 달 만입니다.

사고 직후 국과수가 차량 감식을 벌였는데 당시 차량에는 결함이 없다고 나타났습니다.

국과수는 충돌 5초 전 차량 상태를 기록하는 EDR 장치에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가속 페달을 최대치로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고, 할머니가 경차를 추돌한 1차 사고 직전 자동차 기어를 중립으로 바꿨다가 다시 주행으로 옮겨 발생한 사고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브레이크에 문제가 없다는 감식 결과가 차량의 기계적 오류도 없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이 차량 급발진 사고에서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은 건 매우 이례적인데요.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은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에서 사고기록장치와 블랙박스 음향 감정을 새로 진행했는데 국과수 분석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경찰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민사 재판 과정에서 새로 분석한 자료들은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기자]

먼저 충돌 5초 전의 사고기록장치인 EDR 분석 결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재판부가 지정한 전문감정기관이 재감정을 했는데요.

법과학기술연구소는 차량의 최대 속도가 시속 116km로 기록됐는데 가속 페달을 밟았다면 최소 시속 125km 이상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충돌 전 차량이 시속 110km로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5초 동안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는데 속도가 겨우 시속 6km만 증가한 건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엔진회전수인 RPM도 충돌 직전 5900에서 4500으로 떨어졌는데 가속페달을 밟았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차량 블랙박스 음향 감정 결과도 할머니가 1차 사고 직전 자동차 기어를 중립으로 바꿨다 주행으로 옮겨 발생한 사고라는 국과수의 판단과는 달랐습니다.

감정인은 사고 당시 상황을 일부 재연한 조건에서 기어를 반복 조작하며 음향 데이터를 채취한 결과 중립인 N에서 주행인 D로 조작한 음향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할머니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유가족 측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결과이기도 한데요.

한편 음향 분석 과정에서 최초 사고 직전 이도현 군이 "부닥치겠다"라고 말하는 생전 마지막 음성도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조물 책임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사고 모습을 담은 CCTV와 블랙박스, 또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고는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도현이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글에 5만 명이 동의해 관련법 개정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는데요.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차량 결함 여부를 소비자인 운전자가 입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수집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도현이 가족은 급발진 사고의 결함 원인 증명 책임을 피해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도현이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을 통해 급발진 사고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사람의 죄책감과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법 개정을 위한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정부가 제조물 책임법 개정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요.

그래도 최근 운전자인 할머니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블랙박스 음향 분석 감정 등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도현이법에 대한 국회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도국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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