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연히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손님으로 태운 택시기사가 범죄 피해를 막았습니다.
이 기사는 2년 전에도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태웠다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그 경험을 살려 피싱범을 경찰서로 데리고 간 겁니다.
자세한 소식, 강경모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경찰 지구대 앞에 택시가 멈춰 섭니다.
택시기사가 내려 경찰관에게 무언가를 설명합니다.
뒷좌석 문을 열자 검은색 가방을 든 젊은 여성이 내립니다.
초조한 듯 시종일관 휴대전화만 바라봅니다.
가방을 열어보니 거액의 돈다발이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
"(검은색 가방에) 돈 봉투가 들어 있었거든요. 은행 봉투 있죠. (2천만 원이) 5만 원권으로 있어가지고…"
앞서 이 여성은 전북 남원에서 대전까지 가겠다며 택시에 탔습니다.
목적지를 물었지만 답변이 없는 게 이상했던 택시기사, 들고 있는 수상한 큰 가방에 눈이 갔습니다.
[택시기사]
"대전은 KTX가 더 빠른데 택시 타는 게 좀 이상하다 싶어서 물어봤어요. 주소로만 나오니까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모르더라고요."
택시기사는 순간 2년 전 일을 떠올렸습니다.
장거리 승객을 태웠는데,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던 겁니다.
이 때문에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택시기사]
"그 사람도 현금 수송책이라고 그러더라고요. 내가 그때 신고를 했으면, 내가 잡았으면 피해자가 없었을 건데…"
'나쁜 일로 가는 거 아니냐'고 묻자 여성은 깜짝 놀라 택시에서 내리려 했습니다.
택시기사는 빠르게 문을 잠그고 인근 지구대로 가 여성을 경찰에 인계했습니다.
조사 결과 여성은 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를 받고 현금을 수거하던 중이었습니다.
경찰은 여성을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현금 수거를 시킨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정승환
영상편집: 형새봄
강경모 기자 kkm@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