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을 통째로 빌린 뒤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대한송유관공사 전직 직원이 범행에 가담한 거로 조사됐는데, 결국은 기름 한 방울 훔쳐보지 못하고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상곤 기자입니다.
[기자]
벽에 구멍이 뻥 뚫려 있고 입구 한쪽에 포댓자루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지대까지 세운 땅굴이 10m 정도 이어집니다.
땅굴이 시작된 곳은 충북 청주의 한 모텔 지하실.
모텔을 통째로 빌린 뒤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고 한 혐의로 50대 A 씨 등 8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 모텔 주인 : 5층만 다 숙소로 사용하고 2~3층은 손님 받는다고 해서 계약된 거죠. 처음에 흥분해서 말도 안 나오고 좀 황당하죠. 그냥 사람이 무서운 거죠.]
동종 전과로 복역하다가 지난해 5월 출소한 전직 대한송유관공사 직원을 범행에 끌어들인 거로 파악됐습니다.
범인들은 성인 키로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서 벽을 뚫고 땅굴을 판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송유관 바로 앞까지 도달했지만, 국정원 제보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 기름 한 방울 훔치지 못하고 붙잡혔습니다.
지난해 10월에도 충북 옥천에 있는 주유소를 빌려 범행을 시도했지만, 물이 많이 나와 실패로 돌아가자 범행 장소를 숙박시설로 옮겼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땅굴을 판 곳 바로 옆에는 국도가 지나고 있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김재춘 /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 국도는 하루 통행량이 6만5천 대 정도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지반이 붕괴할 우려도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름을 훔치다가) 폭파하는 사건도 간간이 있거든요.]
먼저 재판에 넘겨진 총책 A 씨 등 4명은 구속 상태로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상태로 오는 31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송유관 기름 절도 사건이 지난 2019년에 5건 발생했지만, 최근 3년 동안은 일 년에 한두 건 발생하는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YTN 이상곤입니다.
촬영기자 : 도경희
YTN 이상곤 (sklee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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