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강릉을 덮친 산불은 태풍 같은 강풍에 빠르게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화마가 남긴 상처는 깊고 넓었습니다.
이재민들은 집에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끔찍하다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이혜주 기자입니다.
[기자]
중장비가 건물 잔해를 헤치자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소방관이 물을 뿌려 남은 불씨를 끕니다.
큰 불이 잡혔지만 어제 밤부터 오늘까지 재발화 의심 신고가 1백 건 넘게 쏟아졌습니다.
군인들까지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에 힘을 보탰습니다.
산불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할머니는 조상을 모신 선산이 모두 탄 걸 보고 말을 잃었습니다.
[최길자 / 산불 피해 주민]
"부모 모셔놨던 산들. 가슴이 아파 너무 힘들어. 밤에 잘 수가 없어.너무 우울증이 와가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산불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습니다.
주택 69채와 펜션 28동 등 건물 120여 채가 소실됐고 축구장 530개 면적과 맞먹는 379헥타르의 산림이 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 3백여 명은 이틀째 대피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구호물품과 성금이 전달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앞날이 캄캄합니다.
[임호철 / 산불 피해 주민]
"잠을 잘 수 있나요. (집) 가보면 아직 너무 끔찍해서. 거기 가면 눈물샘이 터져가지고 갈 수가 없어."
[임만택 / 산불 피해 주민]
"나라에서 대책 세워주든지 해야지. 전쟁보다 더 무서운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은 산불이 난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국비 지원과 함께 피해 주민에게 세금 납부 유예 등 간접지원이 이뤄집니다.
산불 원인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 됐습니다.
경찰 감식요원들은 최초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전신주 일대에서 정밀 감식을 벌였습니다.
채널A 뉴스 이혜주입니다.
영상취재 장명석
영상편집 변은민
이혜주 기자 plz@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