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 4명을 쳐 1명을 숨지게 한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찾아 숨진 배승아 양을 추모하면서, 어린이보호구역에 안전 울타리 하나 없는 우리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양동훈 기자입니다.
[기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 4명을 친 A 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으러 가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A 씨 : 너무 죄송합니다. 유가족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거듭 (드립니다.)]
A 씨는 지난 8일 오후 2시 20분쯤 대전 둔산동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했습니다.
이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배승아 양이 숨졌고, 다른 친구 1명도 머리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열다섯 살 차이가 나는 막둥이를 잃은 오빠는 승아 양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오빠 생일로 해 둘 정도로 서로를 아꼈다며 울먹였습니다.
[배승아 양 오빠 : 좋은 곳 가서 행복하게 지내고 다음 생에도 오빠랑 엄마랑 같이 이렇게 만나서 그냥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고 현장을 찾은 부모뻘 어른들과 비슷한 나이 어린이들은 승아 양에게 추모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사고가 난 장소에는 꽃다발과 인형, 과자 등과 함께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편지들도 놓여 있습니다.
시민들은 어린이 보호구역인데도 인도에 안전 펜스가 없는 현실도 지적했습니다.
사고 지점 바로 옆으로 화단 지지용 철제울타리가 설치돼 있었지만, 그나마도 2년 전쯤 화단만 남기고 철거됐습니다.
승아 양이 사고를 당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김 안젤라 / 인근 주민 : 건너편 쪽으로 보면 가드레일 펜스가 다 쳐 있어요. 원래 다 그렇게 돼 있어야 하는 거였거든요.]
지방자치단체와 도로교통공단은 사고 지점은 인도 폭이 좁아서 보행자들에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이라도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세윤 / 대전 서구 주차시설팀장 : (안전 시설물을) 경찰에서, 또 공단에서 요청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보완해서 적극적으로 한 번 검토해보겠습니다.]
경찰은 A 씨와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이 음주운전 여부를 알았는지도 추가로 조사해 방조 혐의가 드러날 경... (중략)
YTN 양동훈 (yangdh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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