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화 '모가디슈'로 유명해진 1991년 남북한 외교관들의 소말리아 탈출 사건, 기억하십니까?
외교부가 30년 넘게 봉인돼있던 문서를 공개하면서 그 실제 전말이 드러났는데요.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습니다.
김윤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91년 발발한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 공관원과 그 가족들이 함께 탈출했던 실화를 다룬 영화 '모가디슈'.
북한 사람들이 한국 대사관으로 와 구조요청을 합니다.
[영화 '모가디슈']
"한 대사!"
하지만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강신성 한국 대사가 공항대합실로 대피한 북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탈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국 대사관에서 머문 하룻밤.
북한 사람들의 전향을 시도하려 했다는 영화 내용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영화 '모가디슈']
"우리가 같이 편 먹고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오?"
상황을 악용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정치적인 이야기를 최대한 피했다는 겁니다.
[강신성 / 당시 주소말리아 대사(2021년 9월 '이제 만나러 갑니다')]
"(한국 대사관에) 왔는데, 말 들을 안 해요. 한국 대사관에 신세를 지게 됐으니 얼마나 마음이 쓰리겠어요. '걱정마시고 함께 하십시다' 했죠."
함께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대피하는 과정은 영화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이탈리아 대사관이 300m 남은 지점부터 소말리아 군인들이 총격을 시작했습니다.
심장에 총을 맞고도 1분간 더 운전한 북한 인사는 남북 일행들과 함께 도착한 이후 숨졌습니다.
이때 대사관 문을 열어달라며 영화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백기를 흔들었지만, 실제로 흔든 건 태극기였다고 적혀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도움으로 케냐에 무사히 도착한 남북 일행.
영화처럼 바로 헤어졌고 우리 정부는 북한 인사들의 신변을 걱정해 모가디슈의 대한민국 관저에서 1박 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채널A 뉴스 김윤수입니다.
영상편집 : 유하영
김윤수 기자 ys@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