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의 강제동원으로 사할린으로 끌려갔던 우리 동포 63명이 오늘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고국에서 여생을 지내게 됐는데요.
더 일찍 올 수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하늘길이 막혀서 고생길이었다네요.
김용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들이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후 광복 이후에도 돌아오지 못했던 러시아 사할린 동포 1세대와 가족 63명입니다.
어느새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고국에 정착한다는 생각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이청자 / 사할린 동포 (88세)]
"사할린에 있었을 때도 말할 것도 없었어요. 고향에 가고 싶었어요."
사할린 동포 1세인 조추자 할머니.
경상도가 고향인 아버지와 전라도가 고향인 어머니는 일제강점기 사할린에 강제징용된 후 할머니를 낳았습니다.
80년 가까이 사할린에서 살았지만 고국에 돌아올 거란 생각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조추자 / 사할린 동포 (79세)]
"80년 살았어요. 이때까지. 뭘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좋죠."
이들은 지난해 우리 정부의 영주 귀국 지원 대상에 선정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한국과 러시아 간 하늘길이 끊기면서
발이 묶였습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동해항까지 24시간 뱃길에 지칠 만도 하건만 고국을 찾은 기쁨은 숨기지 못했습니다.
[이진선 / 사할린 동포 2세]
"부모님들이 강제로 끌려왔으니까… 우리도 꼭 고향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오는 31일에도 27명이 배편을 통해 입국합니다.
정부는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에게 임대주택과 초기 정착비, 생계비 등을 지원합니다.
채널A 뉴스 김용성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희
영상편집: 정다은
김용성 기자 drag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