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젯밤 인천에 있는 대형 전통시장에서 큰불이 나 점포 50여 개가 탔습니다.
술 취한 사람이 불을 지른건데 상인 수십 명이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용의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불 지르는 정황, 저희 취재진이 확보한 CCTV 화면에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백승우 기자입니다.
[기자]
운동복 차림에 한 남성이 손에 라이터를 쥔 채 시장 골목을 지나갑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서성이던 이 남성은 주차돼 있던 트럭 화물칸으로 사라집니다.
잠시 뒤, 화물칸을 중심으로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 큰불이 난 건 어젯밤 11시 30분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인력 240여 명과 장비 6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불은 점포 55곳을 태운 뒤 3시간 만에 꺼졌습니다.
하룻밤 만에 삶의 터전을 잃은 시장 상인들은 망연자실합니다.
[오동진 / 피해 상인]
"워낙 화재가 심하게 발화돼가지고. 용광로가 이글이글하듯이 불길이 치솟는 거예요. 서류만 간신히 들어와서, 현금이나 이런 게 안에 있어서 그런 것만 가지고 탈출했죠."
[신병희 / 피해 상인]
"정신도 없고. 지금 여기가 너무 아파, 가슴이. 그런데다가 밥도 안 넘어가고 물만…."
경찰은 CCTV 영상을 분석해 오늘 오전 9시 50분쯤, 40대 일용직 남성 A 씨를 방화 용의자로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했습니다.
체포 당시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라이터를 들고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다섯 군데에 불을 지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시장에 간 기억도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자세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파악해 오늘 저녁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채널A 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 채희재
영상편집 : 이혜진
백승우 기자 strip@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