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후 아홉 달 된 원아의 얼굴에 이불 등을 덮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어린이집 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돌도 안 지난 아들을 떠나 보낸 부모님은 하루하루를 큰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베트남에서 온 보티늉 씨 부부는 어둠이 내리는 밤이 무섭습니다.
부부의 악몽이 시작된 건 지난해 11월 10일.
태어난 지 9개월 남짓 지난 아들 천동민 군이 세상을 떠난 바로 그날부터입니다.
이후 거의 매일 밤 꿈에 아이가 나타나 도와달라고 소리를 칩니다.
[보티늉 / 아동학대 피해 아동 어머니 : 아기 사고 후에 제가 밤에 못 자요. 매번 아기가 나와서 '엄마, 엄마 도와주세요. 엄마, 숨이 막혀요'….]
사건이 있기 전, 두 사람의 한국 생활은 힘들었지만 아이가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 군이 떠난 뒤 모든 것이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살아갈 수나 있을지 모든 것이 막막합니다.
[천안동 / 아동학대 피해 아동 아버지 : 애가 있어서 행복했었잖아요.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그냥….]
천 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건 어린이집 원장 김 모 씨입니다.
대학원 수업과 생계를 병행해야 하는 탓에 천 군을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단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아이가 낮잠을 길게 자지 않아 귀찮게 했다는 게 원장이 밝힌 이유였습니다.
CCTV 등을 통해 살펴본 결과 원장은 14분 동안 천 군 위에 이불과 쿠션을 덮어 질식하게 했는데
이후로도 3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 없이 내버려뒀습니다.
원장의 학대는 그날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조사 결과 원장은 아이를 맡은 다음 날부터 손이나 무릎으로 몸을 누르는 등 무려 25번이나 학대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수사 과정에서 다른 원아 2명에 대해서도 신체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원장에 대한 첫 재판이 지난달 열렸습니다.
재판에 등장한 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과 달리 천 군의 부모님은 원장으로부터 '미안하다'는 말 한 번 듣지 못했습니다.
혹여나 아들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합당한 죗값마저 ... (중략)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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