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학교 독극물 공격…'히잡 시위' 보복 추정
[앵커]
이란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해를 넘겨 이어지는 가운데, 열 곳이 넘는 여학교에서 독극물 공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대 여성의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의 중심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보복으로 추정됩니다.
테헤란 이승민 특파원입니다.
[기자]
이란의 성지 도시 쿰을 비롯한 여러 지역 여학교에서 독성물질 중독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쿰의 한 학교에서 중독 증세가 보고된 것을 시작으로 4개 도시 14개 학교에서 최소 200명이 메스꺼움과 두통, 기침,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일주일까지 입원했고, 수개월 동안 증상이 지속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125㎞ 떨어진 쿰은 이란 시아파 성직자의 절반이 거주하고 매년 수백만명의 순례객이 방문하는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도시입니다.
지난 14일 분노한 학부모들이 나서 해명을 요구하자 정부는 정보당국과 교육부가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고, 검찰총장은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이란 보건부 차관은 지난 26일 현지 언론에 "누군가가 모든 학교, 특히 여학교 폐쇄를 노렸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 인권 운동가는 "히잡 의무 착용을 거부한 용감한 여성들에 대한 이슬람공화국의 복수"라며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이번 독극물 테러를 규탄하고 하메네이 정권을 고립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이후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의 젊은 여성들은 '여성, 삶, 자유'라는 표어 아래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테헤란에서 연합뉴스 이승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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