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대책' 구호만 허공에…이번엔 실효성 있을까?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자녀가 아픈데 당장 진료가 어렵다면 어떨까요. 소아과 의사가 줄고 병원이 하나둘 없어지면서 일부 병원은 대기가 필수라고 합니다.
몇몇 대학병원에서도 의사가 부족해 응급실 운영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지방은 더욱 사정이 열악한 실정입니다.
소아과와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에 전공의 지원이 미달인 반면, 성형외과와 피부과, 재활의학과 등으로는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은 이미 오래됐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구호만 허공에 떠다닐 뿐, 실효적인 대책은 실시되지 않아 왔습니다.
이화영 기자가 먼저 환자와 보호자들이 애태우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갈 때마다 줄 서요" 소아과 진료 오픈런까지 / 이화영 기자]
38개월 된 딸을 키우는 30대 장영일 씨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소아과 대기는 일상입니다.
적게 잡아도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을 진료에 앞서 기다려야 합니다.
"소아과 오픈런 체험한 적이 꽤 많습니다. 병원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앞에 줄도 서 있고"
진료가 늦어지는 동안 아픈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어떤 큰 병이 아닐지 많이 걱정도 되고 하는데 아이는 특히 더 못 참고 힘들어하잖아요. 그런 와중에서도 앞에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아픈데 수십 명씩 기다리면서 안에도 분위기도 아수라장이고…"
최근엔 부모들이 예약 어플을 많이 이용하는데 오전 시간 일부 병원은 대기자가 두 자릿수에 이릅니다.
오전뿐만 아니라 오후에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평일 오후 경기 김포의 아동병원.
점심시간이 지나자마자 부모들 발길이 이어지더니 30분 사이 30명이 넘게 접수했습니다.
부모들은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의료진이 많아 진료가 수월한 병원을 선호합니다.
"일단 접근성 좋은 위주로 찾고, 또 진료 선생님들 많으신 병원이 대기 시간 길지 않게 기다려도 빨리 진료를 볼 수 있어서…"
야간이 되면 소아과 방문은 더 어려워집니다.
맞벌이 부모들은 퇴근 뒤 야간 진료가 이뤄지는 병원부터 먼저 찾아봐야 합니다.
"집 근처에도 소아과 딱 2곳만 저녁에 운영하고 있어서 일부러 여기까지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이곳은 저녁 7시에 야간 진료를 시작합니다. 진료 1시간 전부터 부모들은 접수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30~40분 거리를 달려와 마음은 급하지만 별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늦게까지 하는 병원들이 많지 않다 보니까…밤늦게까지 하는 소아 병원들이 각 지역마다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이가 새벽에 갑자기 아파 응급실을 가야 하면 상황은 더 힘들어집니다.
일부 상급병원은 의사가 부족해 소아 응급진료 시간을 줄이는 상황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4시간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이 전체의 36%에 그칩니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은 이대로 간다면 의료공백은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의 실패로 봐야될 것 같고요. 주변에 있는 병원 원장님들 다들 주말진료와 달빛병원(야간·휴일진료 제공), 야간진료 이런 것들을 포기하는 걸 고민하고 계시고 이게 점점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이광빈 기자]
필수의료가 외면받는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현장에선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거란 비관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요, 김민혜 기자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필수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외면받는 필수의료 / 김민혜 기자]
지난해 12월, 소아과 의사단체들이 회견을 열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소아청소년 건강을 위해 노력을 할 겁니다. 하지만 힘이 부치고 할 수 있는 한계가.."
이대로라면 진료대란 불가피하다는 건데, 해당과로의 전공의 기피 현상은 이런 우려를 더합니다.
2023년도 지원율 15.9%. 2019년 80%에 이르던 지원율은 코로나 발생 이후론 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필수의료라 불리는 다른 진료과들 상황도 비슷해, 산부인과의 경우 올해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지원자가 없는 곳도 나왔습니다.
이렇다보니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고령화 문제도 덩달아 대두되고 있습니다.
전체 의사 중 60대 이상 비율은 2011년 8.1%에서 2020년 13.9%로 늘었는데, 필수과목별로 보면 비율의 차이는 더욱 큽니다.
의료계에선 무엇보다 응급·중증 환자를 다루면서 진료수가는 낮은 현실적인 문제를 꼽습니다.
특히나 소아나 분만쪽은 저출산이란 구조적 상황까지 겹쳤습니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나갔을 때의 어떤 전망이라든지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그런 부분이 있고..수입 면에서도 다른 과 전문의를 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소송 등에 휘말릴 위험도 높은 분야다보니 기피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은 정부가 재정을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목소리입니다.
적어도 필수진료를 하면 할수록 병원이 손실이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때 (정부에서) 병상확보를 해주는 병원에 큰 당근을 주는 정책을 시행했어요. 그랬더니 중증·응급병상 부족이 많이 해소가 된 거거든요. 지원책을 제대로 내놓고 한다면 당장 수가가 조정이 되지 않더라도..."
병원 전문의 정원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배출되는 의사 수 자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