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엔 휴일이 없다…칼바람 뚫고 급식소 발길

2023-01-24 271



[앵커]
오늘 같은 날씨에 무료급식소는 문 닫지 못했고요.

역시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배고픔엔 쉬는 날이 없기 때문이죠.

강추위에 휴일도 잊은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 백승연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두꺼운 패딩 점퍼에 모자로 중무장한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서있습니다.

발을 동동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여보지만 칼바람이 몸속으로 파고듭니다.

[무료급식소 이용객]
"아우, 추워. (여기 단골이세요?) 그럼 단골이지. 잘해주잖아요."

[무료급식소 이용객]
"(오늘 같은 날은) 많이 입고 두꺼운 거 입고 그러지. 나는 날마다 오는데, 오늘 맛있는 거 많이 있다고 그러던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사를 대접받고 나니 추위가 조금은 물러납니다.

[현장음]
"아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 건강하세요."

설 연휴 나흘 내내 무료급식소는 문을 열었습니다.

16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배고픔엔 쉬는 날이 없다"며 떡국, 비빔밥, 강된장을 정성스레 준비했습니다.

[고영배 / 원각사 무료급식소 사무국장]
"어르신들께서 이렇게 추운 날에도 260~270명 오세요. 그래서 저희가 쉴 수 없는 것이고. 배고픔이 쉬는 날이 없어서 열심히 드리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 쓰레기를 치우는 분주한 손길.

겹겹이 껴입은 옷도 두꺼운 장갑도 혹한의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재성 / 환경미화원]
"바람이 이쪽도 불고 저쪽도 불고 왔다 갔다 부는 바람에 청소를 깨끗이 한 상태에서도 오늘 같은 경우도 민원이 들어와서."

명절 막바지, 작업량이 평소 2~3배에 이르다 보니 야외 작업에 꼬박 10시간이 걸립니다.

[이재성 / 환경미화원]
"이런 거 특히 음식 시켜 드시고 그대로 내놓으시는 것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명절 끝나고 나면 일이 엄청 많습니다."

사람 발길이 뜸해진 전통시장.

진열장에 놓인 음식들은 꽁꽁 얼어붙었고, 상인들은 겨우 눈만 내놓은 채 작은 난롯불에 의지해 봅니다.

[경동시장 상인]
"한 5겹? (입었어요.) 너무 추워서 힘들어요. 우리가 같이 연휴 끝까지 다 쉬어버리면 (안 되고) 손님들도 쉬는 날 나오셔야 하니까, 마지막 날이라도."

음식과 온기를 나누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웃 덕에 막바지 명절 연휴는 더 훈훈해졌습니다.

채널A 뉴스 백승연입니다.

영상취재: 한효준 최혁철
영상편집: 변은민


백승연 기자 bsy@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