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전신주 고압선이 끊어지며 발생한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 기억하실 텐데요.
전신주 부실 관리를 이유로 한전 전·현직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전신주 고압선이 강풍에 끊어지며 불꽃을 일으킵니다.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은 불은 바다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사방으로 번졌습니다.
축구장 1,700개가 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고, 재산 피해만 899억 원, 천 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수사 당국이 산불 원인으로 지목한 건 전신주 부실관리,
당시 한전 직원 등 7명이 업무상 실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산불 원인이 된 전신주에 하자가 있었고, 이를 관리한 한전 직원들에게 과실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변호인단은 예상 불가능한 강풍이 불었다며, 제도를 보완해 해결할 문제지, 직원들을 단죄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치열한 공방 속에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유념할 것은 "한전이 아닌, 직원 개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며 이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한전 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 주민들은 보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운용 /고성·속초 산불 피해 주민 : 소나무 세 그루만 망가뜨려도 형사 처벌을 받고, 벌금도 500만 원 이상 내고 그러는데, 이건 벌금이 하나도 없어요.]
또 원상복구가 되지 않아 주민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경혁 / 고성·속초산불 비상대책위원장 : 수천 명이 길바닥에 나앉아서 아직도 원상 복구를 못 해서 이재민들이 나앉아 있는 상태입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닙니까!]
대형 산불 발생 후 4년 가까이 이어진 법정 공방.
책임자로 지목된 한전 직원들에겐 무죄가 선고됐지만, 피해 주민들은 화재 원인은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 됐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YTN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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