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며칠 전 서울 강남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살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자신의 집까지 갔다가 현장으로 돌아왔는데, 경찰은 도주의사가 없었다고 보고 뺑소니 혐의를 제외했습니다.
유족들은 뺑소니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솔 기자가 취재습니다.
[기자]
초등학교 앞 도로, 흰색 국화꽃이 놓여있습니다.
벽에는 떠나간 친구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쪽지들이 붙었습니다.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9살 초등학생이 차에 치여 숨진 건 지난 2일 오후 5시쯤.
하굣길에 학교 후문 앞 골목으로 좌회전하던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겁니다.
하지만 가해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이동했습니다.
21m 떨어진 자신의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만취 상태의 운전자를 체포해 지난 4일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죄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했지만, 도주치사, 즉 뺑소니 혐의는 뺐습니다.
운전자가 43초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고 주변 사람에게 119신고를 요청하는 등 도주 의사가 없었다는 겁니다.
유족들은 뺑소니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숨진 초등학생 아버지]
"그때 무엇을 쳤는데 사람인지 몰랐다, 안 보여서 그랬다는 등 이런 핑계를 대는 걸로 봐선 분명히 친 걸 알았거든요. 우리 아이는 행인에게 발견돼서 바로 앞 가게 사장님과 직원 분이 구호를 해주셨어요."
SNS를 통해 탄원서에 동의 서명도 받고 있습니다.
[숨진 초등학생 아버지]
"지금 아이 잃은 슬픔에 너무 힘든데 이런 일까지 제가 추가적으로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게 너무 슬프고 억울합니다."
유족은 오늘 서울 강남경찰서를 항의 방문하고, 탄원서 2500장을 제출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솔입니다.
영상취재 : 윤재영 김기열
영상편집 : 차태윤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