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깜깜이 전세'…세입자 안전장치는?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2022-11-26 6

늘어나는 '깜깜이 전세'…세입자 안전장치는?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전세제도,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거문화입니다. 고려시대에 목돈을 빌려주고 논밭을 사용하는 전당 제도가 있었는데, 19세기 말 개회기 때 전세계약이 활발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세는 그동안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전국에서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전세를 둘러싸고 문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 사기까지 활개를 치면서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프리즘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세입자들의 실태, 그리고 성큼 다가온 월세 시대를 조명하면서 깡통전세 문제의 대책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졸지에 보증금을 몽땅 날리고 거리에 나앉을 판인 세입자들을 김예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깡통전세' 속출에 날벼락 맞은 세입자들 / 김예림 기자]

2억 원이 넘는 전세 보증금을 내고 서울 금천구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 입주한 A씨.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차일피일 미루던 집주인은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습니다.

"보증 보험도 가입이 안 되고 그리고 근저당을 말소시키는 조건으로 들어왔는데…처음에는 깨끗했어요. 정말 깨끗했는데 갑자기 근저당이 잡혀버린거죠…집주인도 연락이 안 되시고…"

이 집은 매매가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 전세' 주택이었습니다.

계약 기간은 아직 남았지만 보증금을 날릴까 밤잠을 못 자고 있습니다.

"여기 들어온 게 80%는 대출이고 20%는 저랑 언니 돈이긴 한데 그 돈이 할머니랑 아버지 사망보험금이에요."

최근 들어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깡통 전세로 인한 피해도 불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의 세입자들이 떼인 전세 보증금은 1,500억여 원으로 한 달 사이 약 4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의 이 아파트는 건물 전체가 '깡통 전세' 주택입니다.

집주인이 대출 이자를 갚지 않아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겨졌습니다.

"지금 전세금은 굉장히 올라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어디를 가야 될지를 모르겠는데 하루하루가 암담하고 진짜 어떻게 살아야 되나…"

보증금을 다 날리게 생겼는데, 건물 관리에도 손을 놨습니다.

"공동 수도 펌프가 고장이 나서…전 세대가 수돗물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관리실에서는 알아볼게요만 진행 중이고 아무 대책이 없어서 급한 저희가 다 알아봐서 퓨즈 갈고…"

전국 곳곳에서 깡통 전세가 속출하면서 날벼락을 맞은 세입자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전세가율이 80% 이상으로 비교적 높아 피해 우려가 더욱 큽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을 뜻하는데 이 비율이 높으면 보증금을 떼일 위험도 커집니다.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80%을 넘기면 깡통전세 위험신호로 봅니다.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같은 경우에는 아파트보다 비교적 전세 보증금이 낮고 매매 가능성도 높지 않고요. 그다음에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계약 전 여러 공인 중개사무소를 방문해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고, 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이광빈 기자]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전세 제도를 설명하면, 많은 돈을 어떻게 생판 모르는 남에게 맡길 수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깡통 전세 문제에다가, 소형 연립·빌라 중심의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서민들이 목돈을 떼일 우려가 커진 데다, 급증하는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덕재 기자입니다.

[목돈 떼일 우려·이자부담 급증…월세시대 가속화 / 최덕재 기자]

지난 2년간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프롭테크 업체 직방이 지난 8월 17일에서 31일까지 1,3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2년 전에 비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유로는 사기나 전세금 반환 문제 등으로 목돈 떼일 부담이 적어서, 급증하는 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져서 등이 꼽혔습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의 대출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보증금을 반환 못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세금을 떼일 부담이 적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 등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은 이미 70%를 넘어서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보증금 비율이 높다는 의미로, 이자부담을 감당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전세 인기가 식고, 전세 매물이 적체되면서, 이제는 '반전세'가 늘어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너무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지니,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겁니다.

부동산중개업 경력 30년의 베테랑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합니다.

"(반전세가) 작년보다 한 20~30% 늘었다고 볼 수 있죠. 사실 옛날에는 없었던 개념이었거든요. 빨리 금리가 안정이 되고
그래야 부동산 시장도 돌아가고 경제도 돌아갈 거라고…그래야 전세 임차인들도 좀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되는데."

여기다, 이제는 치솟는 월세·전세 값에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지내는 '캥거루족'까지 늘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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