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 태어난 갓난아기가 된 기분입니다."
경북 봉화 광산에서 9일 동안 고립됐다 기적처럼 구조된 광부 2명이 오늘 퇴원해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기자들이 많이 왔는데 아무도 '커피 믹스'를 안 사왔느냐"는 농담도 건넬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배유미 기자입니다.
[기자]
구조 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두 남성이 갱도 입구를 빠져 나옵니다.
[현장음]
"살아있어? 둘다? 됐어!"
매몰 사고 221시간 만에 봉화 광산에서 구조된 62살 박정하 씨와 동료 박모 씨입니다.
일주일 후, 박정하 씨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병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처절한 구조 활동을 듣고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는 그 진심이 제 가슴 깊이 무겁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폐비닐로 움막을 만들며 추위와 싸웠던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건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이렇게 살아서 돌아온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렇게 (집에) 간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새로운 삶을 주게 되는 (것 같아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볼까 합니다."
갱도에서 버티게 해준 커피믹스를 선물받기도 했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노란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커피믹스는 안 가지고 오셨어요?(하하하) 이 커피인데 이게 먹으니까 한 끼 식사 대용은 되더라고요. 4일째 되던 날은 이 커피마저도 떨어지고 없었어요. "
하지만 갇혀있던 것에 대한 정신적 트라우마는 남아 있습니다.
[박정하/ 생환 광부]
"육체적으로 힘든 거는 거의 회복이 좋고 식사도 정상적으로 잘 하는데 밤에 잠들고 하면 쉽게 새벽에 또 깨서 꼭 옆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게 하는, 그런 트라우마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
광부들의 안전을 위한 활동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정하 / 생환 광부]
"광산에서 일하기는 제가 힘들 것 같습니다. 광부들이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단체하고 연계해서 해볼까. "
박 씨는 강원도 정선 자택으로 돌아가 통원 치료를 받게 됩니다.
함께 고립됐던 동료 박 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채널A뉴스 배유미입니다.
영상취재 : 박영래
영상편집 : 차태윤
배유미 기자 yum@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