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중동 레바논에서 예금인출 제한 조치로 은행에 맡긴 돈을 찾지 못하는 예금자들이 은행을 공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은행에 총을 든 남성이 침입해 자신의 계좌에 예치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이날 베이루트에 있는 은행 3곳의 지점에서도 총기를 소지한 예금자들의 예금 인출 소동이 잇따랐습니다.
군인 출신의 한 예금자는 지점 내에서 위협 사격을 했고,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자살하겠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은행을 습격한 이들 중 일부는 예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받거나 돌려받기로 약속받은 뒤 자진해서 돌아갔고, 일부는 보안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소동이 벌어진 은행 지점 밖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은행 습격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환호했습니다.
예금자 단체인 '예금자 연합'은 이날 5건의 은행 습격을 '예금자 봉기'로 규정하고 은행의 인출 제한에 맞선 정당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레바논 은행연합회는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모든 은행의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시작된 레바논 경제난은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더해지며 현재 최악의 수준입니다.
레바논 은행들은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대부분 고객의 예금 인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바논 경제는 해외 취업자들의 달러 송금 의존도가 상당함에도 달러 인출이 모두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YTN 임수근 (sgl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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