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아무리 제재하고 규탄해도 러시아가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가 있죠.
바로 유럽 대부분이 러시아산 에너지로 난방을 하고 전기를 만들기 때문인데요.
최근에 아예 천연가스관을 잠가버리면서, 올 겨울 유럽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울지도 모릅니다.
아껴 쓰는 것밖에는 답이 없는데요.
21세기에 자전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실제 현실입니다.
전혜정 기자입니다.
[기자]
생활 물가 급등에 반발한 시민들이 가스와 전기 요금 청구서를 태우며 시위를 벌입니다.
[이탈리아 나폴리 시민]
"굶어죽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다 올랐는지 혐오스러울 지경입니다."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해오던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이달 들어 아예 가스관을 잠가버렸습니다.
당초 가스 누출을 이유로 들었지만 크렘린궁은 최근 "서방 경제 제재 때문"이라며 보복 조치라고 공표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에선 프랑스와 독일이 전기와 가스를 함께 나눠 쓰겠다는 '에너지 연대' 대책을 발표했고, 네덜란드에선 샤워 시간을 단축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절약 독려 정책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개인과 기업에선 눈물겨운 자구책들도 보입니다.
이탈리아의 한 도자기 공장은 에어컨 가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출근 시간을 새벽으로 앞당겼고,
[발렌티나 듀고 / 도예가]
"아이들 양육하려면 이제는 다른 가족과 조부모님 도움이 필요하게 됐어요."
유류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랑스의 기름값이 싸지자 벨기에 시민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 프랑스 원정 주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 벨기에 운전자]
"30센트 더 저렴하다고 하기에 특별히 와봤습니다. 벨기에는 1.86유로인데, 프랑스는 1.56유로거든요."
폴란드의 한 극장은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전기 발전이 되는 자전거를 타도록 했습니다.
[데이비드 / 행사 담당자]
"영화관 전기 절반이 자전거 타는 관객들이 만든 거나 다름없어요."
영국도 당초 전기·가스 요금 80% 인상안을 동결하기로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개인과 기업에 우리 돈 약 520조 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영상편집 : 차태윤
전혜정 기자 hye@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