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아들의 마지막 인사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2022-09-07 323



[앵커]
전해드린 대로 50대 여성은 14시간 만에 기적같이 살아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함께 주차장에 내려갔던 중학생 아들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이 여성이 아들만은 살려보려고 먼저 내보냈는데, 긴박한 상황은 엄마의 의도와는 엇갈리게 흘러갔습니다.

실종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 조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하주차장 흙탕물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소리칩니다.

[현장음]
"천천히, 천천히"

잠시 뒤 30대 남성이 대원들과 함께 씩씩하게 걸어 나오자 주민들이 환호합니다.

[현장음]
"살았다, 살았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14시간을 버텨낸 첫 번째 생존자였습니다.

1시간 반 뒤 50대 여성이 들것에 실려 나옵니다.

지쳐있지만 의식은 뚜렷한 상태입니다.

딸들은 울음을 터뜨립니다.

[현장음]
"엄마, 엄마"

하지만, 기적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엄마를 따라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던 중학교 2학년 아들은 끝내 나오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아들에게 "너라도 살라"며 안쪽으로 보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집사람이 수영을 못해서, (고립 당시) 저쪽으로 다섯 명이 이동하는데 사는 걸 포기하고 아들을 보냈다니까… 그러니까 아들이 '엄마 나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그게 마지막이에요."

조문 온 친구들은 유독 살가웠던  친구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피해자 친구]
"어머니가 장 보러 가자 하면 장 보는 것도 되게 도와주고, 어머니 아프다 하면 뭐 다 사주고."

큰 집으로 이사 갈 준비를 했던 노부부는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가족]
"아등바등해서 화장실 2개짜리 아파트 해놨다고 좋아서 그러더니 이사 가보지도 못하고 저렇게. 너무 원통하고 억울해 죽겠어요."

20대 조카를 잃은 삼촌은 가슴이 미어집니다.

조카는 올 초 해병대를 제대하고, 물려받았던 형 차를 빼러 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 가족]
"자기가 자원해서 해병대도 갔고, 나름 사회에 이제 첫 시작을 하는 단계인데. 안타깝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피해자들의 빈소엔 무거운 슬픔만이 가득했습니다.

채널A 뉴스 조민기입니다.

영상취재 : 윤재영
영상편집 : 이태희


조민기 기자 minki@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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