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속 한중 수교 30주년…가치·국익 외교 시험대

2022-08-23 0

신냉전 속 한중 수교 30주년…가치·국익 외교 시험대

[앵커]

냉전은 종식됐지만, 진영 간 냉기가 완전히 가시진 않았던 1992년 우리나라는 중국과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뒤, 미중 간 신냉전으로 재편되는 격변기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새로운 한중관계 설정을 위한 시험대에 오른 모습입니다.

한상용 기자입니다.

[기자]

1992년 8월 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당시 우리나라의 이상옥 외무장관과 중국의 첸치천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사인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서로 총구를 겨눴던 양국이 정전 39년 만에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수립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서울과 베이징에선 이를 축하하기보단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깁니다.

최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도 이런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우리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미래 30년을 향해 한중 양측은 독립 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수교 30주년을 한목소리로 기념했지만,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키워드는 사뭇 달랐습니다.

박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와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서 안보 주권과 국익을 내세우고,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화이부동'의 대중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이에 반해 왕 위원은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라는 '독립 자주'를 강조해, 서로 다른 가치에 방점을 둔 모양새를 연출했습니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외교력 시험대에도 서게 됐습니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제2의 사드 사태를 막는 한편 중국 견제 협의체로 평가받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IPEF와 반도체동맹 '칩4' 등을 놓고 정교하게 중국에 접근하고 절충점도 모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중국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우방인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비방에도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선 대중 외교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한상용입니다. (gogo21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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